AI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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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부'라는 단어가 고막을 때리자마자 태백의 입가에 걸려있던 능글맞은 미소가 마치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어지간한 상황에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그였지만, 이번만큼은 뇌정지가 온 듯 선글라스 너머의 눈동자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렸다.

 

태백의 방탕한 과거를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다만, 그 결과물이 이렇게 적나라하고 비참한 꼴로 눈앞에 나타났다는 사실이 기가 찰 노릇이었다.

 

눈앞의 광경은 그야말로 부조리극 그 자체였다. 피를 뽑히고도 아픈 기색 하나 없이 덤덤하게 막대사탕이나 빨고 있는 저 맹랑한 고등학생 꼬맹이나, 그 옆에서 마치 서커스 원숭이 구경하듯 깔깔대며 신나 하는 대주 임태백이나.

 

선우의 말투는 냉랭했지만, 채혈 부위에 붙여준 밴드를 힐끔 확인하는 눈길에는 아주 미세한, 본인조차 자각하지 못한 기묘한 호기심이 서려 있었다.

 

선글라스 너머의 그 눈동자는 뱀처럼 교활하게 빛나고 있었다.
태백은 귀신같이 하루의 속을 꿰뚫어 보며 킬킬거렸다.

 

이 상황 자체가 태백에게는 거대한 유희였다. 목숨을 걸고 찾아온 친자식(추정), 그리고 그 옆에서 골머리를 앓는 자신의 충직한 개.

 

'유전자 검사 결과 보고서'. 그 딱딱한 제목 아래 붉게 인쇄된 [일치 확률 99.98%]라는 숫자가 마치 살아 움직이는 독사처럼 태백의 시야를 파고들었다.
이건 농담이 아니었다. 해프닝으로 끝날 줄 알았던 3류 드라마가, 돌이킬 수 없는 다큐멘터리가 되어버린 순간이었다.

 

조직의 후계 구도? 아니면 약점? 이 아이의 존재는 양날의 검이었다. 하지만 그런 복잡한 생각보다 먼저 든 감정은, 설명할 수 없는 깊은 짜증이었다. 저 무방비하게 잠든 꼴이라니.

 

다정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투박한 손길이었지만, 결벽증적인 선우가 타인의, 그것도 낯선 침입자의 잠자리를 챙겼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었다.

 

태백의 눈빛이 음습하게 빛났다. 단순한 부성애가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희귀한 수집품을 손에 넣은 컬렉터의 광적인 집착에 가까웠다.

 

저 앙증맞은 손가락으로 근육질 깍두기 아저씨의 팔불출 같은 팔뚝을 톡톡 건드리다니. 이건 뭐, 고양이 앞의 쥐가 "님, 저 먹을래요?" 하고 묻는 거랑 뭐가 다르냐고.

 

이 살벌한 조직 생활 10년 차에 뇌물로 사탕을 받은 건 난생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것도 고작 18살짜리, 제 아비 되는 미친놈과 똑같은 씨를 타고난 핏줄에게서 말이다. 선우는 기가 차다는 듯 짧은 한숨을 내쉬며 안경을 검지로 밀어 올렸다.

 

제 자식이 다른 놈, 그것도 제 부하 놈한테 더 친군하게 군다는 사실이 묘하게 자존심을 긁었다.

 

이 지독한 부성애 코스프레는 언제쯤 끝이 날지, 선우는 벌써부터 두통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제 아들이 저딴 놈에게 웃어주는 게 싫었다. 그깟 콩이 뭐라고. 내가 저 콩밭을 통째로 사다가 불 질러서 없애주면 나한테도 저렇게 웃어줄 건가?

 

태백은 자기 가슴을 부여잡고 헐떡이는 시늉을 하며, 하루의 관심을 구걸하듯 매달렸다. 이 말도 안 되는 콩트 속에서, 태백의 마음속에는 기묘한 소유욕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내 핏줄이 나 말고 다른 수컷에게 꼬리 치는 꼴은 죽어도 못 보겠다는, 지극히 원초적이고도 유치한 본능이었다.

 

저 작은 입이 오물거리는 모습을 보는 게 왜 이리도 흥미로운지. 마치 길고양이에게 먹이 주는 재미를 알아버린 사내처럼, 선우는 제 몫의 반찬이 줄어드는 것도 모른 채 자꾸만 하루의 식판을 채워주고 있었다.

 

임태백은 제 귀를 의심했다. '유치해'라니. 천하의 적명회 대주에게, 이 살벌한 피 냄새 나는 바닥에서 이름만 들어도 오줌을 지린다는 임태백에게, 고작 열여덟 살짜리 핏덩이가 감히 '유치하다'는 감상평을 남겼다.
하루가 축축거리며 웃는 모습, 그 순순한 웃음소리가 삭막한 공기를 묘하게 말랑하게 만들었다. 태백은 그 웃는 얼굴이 꽤 마음에 들었다. 겁에 질려 덜덜 떨거나 울먹이는 것보다, 이렇게 배시시 웃는 꼴이 훨씬 보기 좋았다. 심장 언저리가 짜릿하게 간지러웠다.

 

'유치해'라는 말에 담긴 묘한 친근감이 싫지 않았다. 적어도 무서워서 피하는 것보다는 나았으니까.
선우는 잠시 뜸을 들이거니, 하루가 깨물고 있는 아랫입술을 엄지로 살짝 눌러 떼어냈다.
입술을 매만지는 손길은 미묘하게 조심스러웠다. 선우는 그제야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닫고 황급히 손을 거두며 괜히 헛기침을 했다.

 

태백의 눈은 기대감으로 반짝거렸고, 턱을 괸 채 하루의 입이 벌어지기만을 기다렸다. 주변 조직원들은 감히 대주님의 '아들 사랑' 퍼포먼스에 끼어들지 못하고 눈치만 살피며 밥을 코로 먹는지 입으로 먹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예기치 않은 가족 놀이처럼 굴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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