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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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복잡하고 위험천만한 소굴에서 그 짧은 다리로 종종거리며 어딜 싸돌아다니겠다는 건지. 머릿속에 '뽀삐'라는 가상의 개새끼가 단단히 박힌 모양인데, 그 순진한 맹목성이 어이가 없으면서도 뒤통수가 서늘했다.

 

대주가 흘린 똥 치우는 것도 모자라, 이젠 대주 아들놈 길 잃는 것까지 챙겨야 하다니, 내 팔자가 아주 상팔자였다.

 

태백은 하루가 지하실을 찾는 게 꽤나 흥미로웠다. 보통 아이들이라면 이 음습한 건물 분위기에 눌려 얌전히 방 안에 처박혀 있을 텐데. 제 발로 지옥 입구를 찾겠다고 나서는 꼴이라니. 역시 내 피가 섞이긴 섞였나 보다.

 

태백에게 이 상황은 일종의 숨바꼭질이었다. 술래는 순진해 빠진 아들이고, 숨은 건 잔혹한 현실. 그리고 그 현실을 아주 짜릿한 타이밍에 터뜨려줄 폭탄 스위치를 쥔 게 바로 자신이었다.

 

어차피 이 건물 안에서 하루가 도망칠 곳은 없었다. 거미줄에 걸린 나비가 파닥거리는 걸 구경하는 건 꽤 즐거운 유희였다.

 

단순히 길을 잃을까 봐 걱정하는 게 아니었다. 하루가 그 더러운 꼴을 보고 겁에 질려 울거나, 혹은 더 끔찍하게도 그 잔혹함에 익숙해지는 걸 원치 않았다.

 

아들이 충격을 받든 말든, 공포에 질리든 말든, 그 모든 반응이 태백에게는 신선한 자극제였다.
만약 하루가 진짜 위험해진다면, 그땐 자신이 나서서 그 '위험' 자체를 아주 끔찍하게 찢어버릴 생각이었다. 그건 부성애라기보다는, 내 장난감이 남의 손에 망가지는 꼴을 못 보는 광기 어린 소유욕에 가까웠다.

 

이 녀석에게서는 피비린내가 아닌, 솜사탕 같은 냄새가 났다. 그 이질적인 향기가 태백의 가학적인 본능을 더욱 부추겼다.

 

선우는 마치 세 살배기 아이를 가르치듯 하루에게 입 헹구는 시범을 보였다.

 

이 부조화 속에서 태백은 묘한 안정감을 느꼈다. 평생 느껴보지 못한, '내 것'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는 충족감.

 

하루가 이 미친놈들의 소굴에서 너무 빨리 부서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기선우는 눈앞의 하루를 빤히 내려다보며, 입꼬리가 미세하게 실룩거리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안경 아저씨, 선글라스보다 예쁘다.' 이 무심한 한 마디가 귓가를 때리자마자 묘한 승리감이 뒷덜미를 훑고 지나갔다.
선우는 일부러 옥상 난간에 매달려 있을 태백이 들어라는 듯 어깨를 으스대며 하루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평소라면 손 닿는 것조차 불쾌했겠지만, 이건 단순이 애정이 아니라 태백을 향한 일종의 '시위'였다.

 

옥상 난간에 매달려 이 꼴을 지켜보던 임태백은 거의 뒤로 넘어갈 뻔했다.
태백은 선글라스를 거칠게 벗어던질 기세로 씩씩거렸다. 저 깐깐하고 재수 없는 기선우가 예쁘다니, 이건 명백한 시력 이상이자 취향의 타락이었다.
저 둘이 오붓하게 붙어먹는 꼴은 죽어도 못 본다. 내가 내려가서 저 안경을 박살 내버리든가 해야지.

 

가까이서 본 태백의 얼굴은 잘생긴 동안이었지만, 지금은 질투에 눈이 먼 초딩처럼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
선우의 차가운 시선도, 하루의 경멸 어린 표정도 태백의 폭주를 막을 수 없었다. 이 남자는 지금 하루의 관심 한 조각이라도 더 얻어먹으려고 자존심 따위 개나 줘버린 상태였으니까.

 

피부가 약해 빠져서는, 조금만 건드려도 티가 났다. 선우는 장갑을 끼지 않은 맨 손가락으로 하루의 붉어진 뺨을 살짝 쓸었다. 열감이 느껴지는 부드러운 살결.

 

태백은 일부러 하루의 허리를 감싼 팔에 힘을 주며 제 쪽으로 확 끌어당겼다. 마치 선우에게 '이건 내 거다'라고 시위라도 하듯이.

 

이 험한 적명회에서 살아남으려면 강해져야 한다. 저 미친개 같은 임태백에게서 제 몸 하나 건사하려면 독해져야 한다.

 

어설픈 연극이 기선우라는 철벽을 뚫을 리 만무했다.
귓속말? 뻔했다. 콩밥 싫다, 이거 사달라, 저거 해달라 징징거렸을 게 분명했다. 그리고 저 대책 없는 인간은 또 '오냐오냐' 받아줬겠지.

 

이 작은 생명체가 제멋대로 굴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강한 통제욕을 드러냈다.

 

한쪽은 무조건적인 허용과 말초적인 쾌락을, 다른 한쪽은 철저한 관리와 이성적인 통제를 내세우며 하루를 자기 방식대로 소유하려 들었다.

 

태백은 세상 망한 사람처럼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휴대폰 화면을 노려보고 있었다.
태백은 초조한 나머지 잘근잘근 씹다 만 엄지손가락을 내리며 투덜거렸다. 옆에 서 있던 선우의 안색 역시 창백하다 못해 질려 있었다.

 

태백의 입가에 서서히 비틀린 미소가 번졌다.
태백은 하루의 볼따구니를 쭈욱 잡아당기며, 안도감과 분노가 뒤섞인 감정을 괴팍하게 표출했다.

 

두 남자는 여전히 으르렁거렸지만, 그 중심에는 묘하게도 하루의 아누이를 챙기려는 기이한 경쟁심이 꿈틀대고 있었다.

 

기선우는 자신의 어깨에 무겁게 내려앉은 하루의 무게를 느끼며 몸이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낯선 체온, 샴푸 향, 그리고 특유의 말랑한 살 내음이 불쑥 결벽증의 방어벽을 뚫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어깨에 기대어 끙끙거리는 이 무방비한 생명체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그의 완벽한 매뉴얼에는 해답이 없었다.

 

임태백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그 '오붓한' 광경에 입이 떡 벌어졌다. 감히 내 아들이 저 싸가지 없는 기 이사 어깨에 기댔다고? 그것도 제 발로 걸어가서? 질투심이 화르르 타올라 속이 뒤틀릴 지경이었다.

 

아들이 원하면 아가미를 찢어서라도 바칠 의향이 있는데 감히 기선우 따위에게 밀려나서 빈손으로 나온 것이 천추의 한이었다.

 

돈계산? 이 적명회라는 지옥 소굴에서 계산기를 두드리는 겁 없는 십 대라니. 선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팔짱을 꼈다. '빚이라도 갚겠다는 건가? 멍청하게.' 그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으나, 한편으론 하루의 그 어설픈 독립심이 묘하게 거슬렸다.

 

하루가 '으응'거리며 선우의 옷에 얼굴을 묻자, 태백은 세상 무너진 표정으로 가슴을 부여잡았다.

 

태백은 어지러운 듯 이마를 짚으며 낭패감을 드러냈다. 하루에게 이런 끔찍한 것을 보여줄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태백이 하루의 눈을 커다란 손바닥으로 덮어버리며 혀를 찼다.

 

선우는 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 철창을 향해 겨눴다. 안전장치를 푸는 '철컥' 소리가 정적을 찢었다.

 

세상의 더러운 것으로부터 제 새끼를 보호하려는 어미 짐승처럼.

 

43년 인생 동안 수많은 여자가 제게 사랑을 속삭였지만, 이렇게 순도 100%의 억지스럽고도 작위적인, 그러나 묘하게 진심 어린 고백은 처음이었다.

 

사랑. 선우가 평생 혐오하고 불필요하다 여겼던 그 비효율적인 단어가, 이 작은 입술을 통해 흘러나오자 기묘한 파동을 일으켰다. 선우의 뇌는 즉각적으로 방어 기제 ㅡ'이건 단순한 사회적 학습에 의한 발화일 뿐이다', '생존 본능에 따른 애착 형성 과정이다'ㅡ를 가동했지만, 귓불이 미세하게 달아오르는 생리적인 반응까지는 통제하지 못했다.

 

선우는 짧은 한숨을 내쉬며 얼굴을 반쯤 쓸어내렸다. 손바닥 아래로 느껴지는 홧홧한 열감을 감추려는 무의식적인 동작이었다.

 

하루의 입에서 나온 '안 버려?'라는 물음은, 그 어떤 잔인한 흉기보다 더 깊숙하게 태백의 가슴을 후벼 팠다. 43년 동안 수많은 목숨을 거두고, 수많은 배신을 겪으며 마모되었다고 믿었던 그의 심장이, 고작 이 작은 아이의 떨리는 한마디에 멍청하게 덜컹거렸다.
태백은 본능적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을 쓰고 버렸는지, '폐기 처분'이라는 단어를 얼마나 가볍게 사용했는지 떠올랐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아이는...... 절대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

 

늘 사람을 죽이고, 패고, 공포를 심어주던 그 손이 지금은 아이의 손등을 덮어 체온을 나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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