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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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이 하루의 뺨을 손끝으로 가볍게 건드렸다. 건드리는 정도였다. 자는지 확인하는 동작이었다. 손끝이 닿았다가 떨어졌다.

 

하루의 이마가 선우의 목덜미에 닿아 있었다. 태백이 그 모습을 보면서 손을 뻗었다. 하루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는 것이었다. 이마가 보였다. 태백이 그 이마를 보다가 선우를 봤다. 선우가 태백과 눈을 마주쳤다.

 

태백이 두 손을 들었다. 항복하는 포즈였다. 웃음을 참는 것이 역력한 얼굴이었다.

 

태백이 한 손으로 입을 가렸다가 내렸다. 웃음을 억누르려다 포기한 얼굴이었다. 선우의 목덜미에 이마를 비벼대며 칭얼거리는 하루를 보면서 태백이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결벽증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데 쫓아낼 이유도 없었다. 선우가 하루를 안은 팔의 힘을 조금 더 실었다. 떨어지지 않도록 받치는 것이었다. 그 이상의 동작은 없었다.

 

졸린 눈이었다. 눈을 깜빡이면서 태백을 올려다보는 것이었다. 정확히는 태백의 선글라스를. 하루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강아지가 주인의 눈치를 살피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태백이 그 얼굴을 선글라스 너머로 봤다. 잠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태백의 손이 선글라스를 천천히 벗었다. 코끝에 걸쳤다가 완전히 빼는 동작이었다. 선글라스를 접어서 셔츠 가슴 주머니에 꽂았다. 이제 태백의 눈이 그대로 보였다. 옅은 흙빛 눈동자였다. 하루를 보고 있었다.

 

하루가 태백의 옷자락을 살포시 잡았다. 아빠, 하고 불렀다. 태백이 그 소리를 들었다. 입꼬리가 올라가려다 멈췄다.

 

하루의 손이 가슴팍을 누르는 동안 태백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밀릴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몸을 조금 더 하루 쪽으로 기울이면서 손을 뻗어 하루의 뺨을 가볍게 잡았다. 크기가 있는 손이었다.

 

태백을 봤다. 소매를 걷어붙이며 팔뚝을 내미는 태백이었다. 이게 아저씨 팔뚝이야, 라고 말하는 태백이었다. 선우가 그 장면을 보면서 안경을 고쳐 올렸다. 한숨이 목까지 올라왔지만 내보내지 않았다.

 

태백은 하루의 얼굴을 빤히 보면서 웃음기를 거두지 않았다. 닮았다는 사실이 마음에 드는 것이었다. 부전자전이라는 말이 진심이었다.

 

태백이 하루의 등에 손을 천천히 올렸다. 등을 쓸어내리는 손이었다. 위에서 아래로. 크고 단단한 손이었다. 태백이 하루의 어깨가 떨리는 것을 손바닥으로 느꼈다. 작은 떨림이었다. 태백은 그 떨림을 느끼면서 하루를 더 가까이 당겼다. 억지로가 아니었다. 그냥 더 가까이였다. 품에 있는 것이 하루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손짓이었다.

 

선우가 하루의 옆에 앉으면서 잠깐 하루의 등을 봤다. 태백의 손이 쓸어내리고 있는 등이었다. 선우가 그 손을 봤다가 하루의 뒤통수를 봤다. 숙여진 고개였다. 선우가 손을 천천히 뻗어 하루의 머리 위에 올렸다. 쓰다듬는 것이 아니었다. 그냥 울려두는 것이었다. 무게가 느껴지게 올려두는 손이었다. 여기 있다는 표시였다.

 

닫혀 있는 문이었다. 문 안쪽에서 간간이 훌쩍이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선우가 그 소리를 들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태백도 말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복도에 나란히 서 있었다. 닫혀 있는 문 앞이었다.

 

하루가 뚱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노려보고 있었다. 태백이 그 눈을 봤다. 아직 미운 눈이었다. 미워, 라고 했던 입이었다. 태백이 그것을 기억했다. 미워해도 된다고 했다. 태백이 하루 앞에 서면서 몸을 살짝 숙였다. 하루의 눈높이에 맞추는 자세였다. 하루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태백이었다. 몸을 숙이면 눈높이가 맞았다.

 

태백이 하루에게 사과했다. 태백이 사과하는 것은 드물었다. 선우가 그것을 알고 있었다. 태백이 하루에게는 했다.

 

나빠, 라고 했다. 삼촌도 나빠, 라고 했다. 태백이 그 말을 들었다. 나쁜 거 맞았다. 그러니까 아무 말도 안 했다.

 

태백이 선우를 봤다. 사과했다. 두 번 하지 않는다고 했다. 태백이 그 말을 들으면서 피식 웃었다. 선우가 선우답게 사과하는 방식이었다.

 

회의는 한참 진행 중이었다. 간부들이 자기 자리에 앉아서 보고를 이어가고 있었다. 태백은 그 보고를 들으면서 머릿속으로는 하루 생각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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